학점 없는 교육은 가능할까? UNIST 조재원 교수, 《구글이 꿈꾸는 대학》 출간
정답보다 지식 만드는 협업형 교육 체계 ‘학교 시즌2’ 제안
‘큰 귀와 눈’으로 학생 질문·토론·실험·도전 과정 기록·연결
‘학교 토큰’ 기반해 디지털 시대 새 교육·학습 생태계 설계
“배워야 할 지식은 줄고 만들어가야 할 지식은 늘었다. 교육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설명할 새로운 방정식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조재원 교수의 신간 《구글이 꿈꾸는 대학: 학교 토큰이 땡땡땡》(이하 《구꿈대》)이 던지는 교육 개혁의 문제의식이다. AI가 계산하고 거대언어모델(LLM)이 답을 만드는 시대, 조 교수는 학교의 역할을 ‘정답 전달’에서 ‘지식 생성’으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한다. 조 교수는 과학예술 작가 ‘강하단’이라는 이름으로 23일 《구꿈대》를 출간했다. 2024년 《약자의 결단》, 2025년 《똥본위화폐》 등을 잇는 과학 인문학 저술이다. 전작들이 약자와 화폐, 가치 교환의 문제를 다뤘다면, 이번 책은 디지털 시대 교육과 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책은 교과서와 교재 중심의 학교교육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한다. 기후위기, 저출산, 경제위기처럼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지만 학교는 여전히 정답 맞히기와 점수 경쟁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를 제도화된 학교, 표준화된 교육과정, 무한 경쟁 중심의 ‘학교 시즌 1’이라 부른다. 대안은 ‘학교 시즌 2’다. 학생과 교사, AI가 함께 지식을 만드는 교육 생태계다. 학생은 대중 연결망 속에서 배우고 협업한다. 교사는 정답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학생은 그 관점 속에서 현실을 해석하고, 자기만의 문제를 세우며, 사회와 연결되는 지식을 만든다. 책의 핵심 개념은 보이지 않는 ‘큰 귀와 눈’이다. 시험 한 번의 결과가 아니라 학생의 질문과 토론, 실험과 실패, 창의적 시도를 기록하는 디지털 시대의 교육 장치다. 점수와 학점이 학생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큰 귀와 눈은 학생이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방식으로 해석했는지를 남긴다. 수학 교육에 대한 관점도 이 책의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조 교수는 방정식을 푸는 능력보다 현실을 설명하는 방정식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 경제위기나 기후문제처럼 복잡한 현실의 조건을 읽고 여러 변수를 연결해 자신만의 해법을 설계하는 능력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책 제목 속 ‘학교 토큰’도 같은 맥락이다. 토큰은 학생의 질문, 협업, 실험, 실패, 재해석을 기록하는 교육적 소통의 기호다. 학점이 숫자로 학생을 평가한다면, 학교 토큰은 학생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조 교수는 AI와 LLM, 블록체인이 결합하면 학점과 학위 중심 교육을 바꿀 새 교육 언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AI를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는 방식도 눈길을 끈다. 조 교수는 인공지능을 디지털 시대 인간의 ‘여섯 번째 감각’이자 ‘함께 배우는 동료’로 읽는다. AI를 잘 쓰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AI가 함께 질문하고 해석하며 지식을 만드는 대학을 그린다. 《구꿈대》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놀이’다. 교육 활동이 놀이처럼 이어질 때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학생이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궁금해서 묻고, 친구와 만들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할 때 배움은 살아난다. 책은 입학시험과 학점, 학위가 없어도 학생이 지식으로 놀고 연구할 수 있는 대학을 상상한다. 조 교수는 “학교와 교육을 선생님과 학생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입시 제도 개편이나 표준 교육과정 조정만으로는 교육의 본질을 바꾸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학생이 자신의 장점을 다차원적으로 드러내고, 사회가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조재원 교수는 UNIST에서 과학인문학과 환경윤리 분야를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기후 재앙, 인간 소외, 소득 불균형, 노동가치 등 사회문제를 기호학적으로 해결하고자 연구한 ‘사이언스월든’센터장을 역임했다.